< E와 I, 혹은 아슬아슬한 동거 >
인간의 성향을 나누는 MBTI의 키워드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저마다의 온도가 있습니다.
어떤 시선은 대상을 향해 따뜻하게 뻗어나가고, 어떤 시선은 거리를 두고 조용히 머무르며 깊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방향의 힘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긴장이 만들어집니다.
〈E와 I, 혹은 아슬아슬한 동거〉는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다른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
하나의 화면과 하나의 공간 안에서 어떻게 함께 머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박정용은 무생물인 ‘돌’에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 사랑하고, 달리고, 고백하는 생명의 움직임을 펼쳐 보입니다.
그의 작업은 밖으로 확장되는 따뜻한 에너지를 전합니다.
박노을은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조용한 화면 안에 대상을 머물게 합니다.
그의 작업은 내면으로 가라앉는 고요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전영근은 일상의 사물들을 화면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으며 밖으로 향하는 힘과 안으로 모이는 힘이 만나는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작업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상태를 드러냅니다.
이 전시는 하나의 질문을 건넵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와 관계 맺고 있을까요.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으면서 함께 머무는 순간,
그 아슬아슬한 균형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세 작가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이 ‘동거’의 장면을 통해
분주한 일상 속에서 내가 서 있는 균형의 지점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04 갤러리세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