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_POSTER_4월_3인전.jpg
< E와 I, 혹은 아슬아슬한 동거 >


인간의 성향을 나누는 MBTI의 키워드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저마다의 온도가 있습니다. 
어떤 시선은 대상을 향해 따뜻하게 뻗어나가고, 어떤 시선은 거리를 두고 조용히 머무르며 깊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방향의 힘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긴장이 만들어집니다.

 〈E와 I, 혹은 아슬아슬한 동거〉는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다른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 
하나의 화면과 하나의 공간 안에서 어떻게 함께 머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박정용은 무생물인 ‘돌’에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 사랑하고, 달리고, 고백하는 생명의 움직임을 펼쳐 보입니다. 
그의 작업은 밖으로 확장되는 따뜻한 에너지를 전합니다. 
박노을은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조용한 화면 안에 대상을 머물게 합니다. 
그의 작업은 내면으로 가라앉는 고요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전영근은 일상의 사물들을 화면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으며 밖으로 향하는 힘과 안으로 모이는 힘이 만나는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작업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상태를 드러냅니다. 

이 전시는 하나의 질문을 건넵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와 관계 맺고 있을까요.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으면서 함께 머무는 순간, 
그 아슬아슬한 균형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세 작가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이 ‘동거’의 장면을 통해 
분주한 일상 속에서 내가 서 있는 균형의 지점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04 갤러리세빈
IMG_1246.jpg
IMG_1252.jpg
IMG_1247.jpg
전영근 작가 작업노트

나는 삶이 반영되는 따뜻하고 소박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따라서, 요란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나의 주변에 말없이 존재하는 사물들을 그린다. 
일상에서 보이는 사물들은 살아 숨쉬며 시간에 체취를 지니고 있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삶의 이야기를 조용하고 가식 없이 전해준다. 
붓 끝에 감정과 삶을 뭍혀 집짓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IMG_1243.jpg
IMG_1244.jpg
박노을 작가 작업노트

나의 회화는 오래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화면은 납작하다. 
깊은 원근을 강조하기보다 사물의 형태와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구조를 가지며 
공간은 과장된 입체감 대신 평면에 가까운 질서를 유지한다. 
서로 다른 거리에 놓인 대상들은 화면 위에서 비슷한 밀도로 존재하고 
이러한 구성은 하나의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관찰 속에서 다시 정리된 형태로 사물을 마주하게 한다. 

작업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출발한다. 집은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의 장소였고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안정감이 머무는 곳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사물들과 집안 곳곳에 자리한 식물들, 창밖으로 이어지는 풍경들은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대상들이다. 
나는 이것들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형태와 관계가 화면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핀다. 
대상은 입체적인 묘사보다 윤곽과 색의 면을 중심으로 정리되고 색면들은 서로 맞물리며 납작하게 형태를 이룬다. 
깊이가 제거된 자리에서 사물들은 하나의 장면 속 대상이기보다 화면의 질서를 이루는 요소로 존재하게 된다. 

색채는 선명하되 과장되지 않는다. 강한 대비나 감정적 표현 대신 색의 면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조용한 균형을 이룬다. 
색은 사물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형태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언어로 화면 위에 놓인다. 

이러한 회화는 기록이라는 태도와 연결된다. 여기서 기록은 완성된 이미지를 남기는 일이 아니다. 
조르주 페렉이 일상의 공간을 아무런 의미 부여 없이 반복해서 기술했던 것처럼 
나 역시 사물을 상징이나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그것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화면에 머물게 하는 방식에 가깝다. 
대상은 빠르게 해석되거나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형태의 위치와 외곽선, 색의 관계가 천천히 화면에 남는다. 

잎이 향하는 방향, 줄기가 휘는 지점, 그릇의 입구가 열리는 각도 — 이것들은 반복된 시선 속에서만 비로소 형태로 남는다. 
식물과 사물은 서로를 향하지 않은 채 화면 위에 나란히 놓이고 그렇게 하나의 조용한 풍경이 된다. 
나는 특별한 장면을 찾기보다 반복해서 마주하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방식을 택한다. 
그렇게 바라본 대상들은 납작한 화면 위에서 형태와 색의 관계 속에 다시 놓이고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의 감각이 조용히 남는다
IMG_1257.jpg
IMG_1259.jpg
박정용 작가 작업노트

자연의 원초적인 미감에 인간의 감성을 투영해, 삶의 서정성과 존재의 본질을 회화로 탐구하고 있다. 
바위, 나무, 풀, 꽃 등의 자연물을 조형 요소로 삼아 < 스톤피플 (Stone People > 이라는 인체 형상의 케릭터를 만들어 왔다. 
이들은 나의 정서를 반영하는 자화상이자, 유한한 인간 존재를 초월하려는 신화적 상징이다. 

화면 속 인물들은 작고 연약한 돌과 풀잎, 꽃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달리고, 사랑을 나누고, 춤 추며, 피고 지는 생의 흐름을 반복한다.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끈질기고 아름다운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돌은 감정을 품은 존재다. 깨지고, 부드러워지고,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시간의 흔적을 담는다. 
풀과 꽃은 끊임없이 피고 지며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 관계, 시간성을 상징하는 매개체다. 

나는 이 상징적 형상들을 통해 존재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말하고자 한다. 
스톤피플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람자가 자기 삶을 다시 마주하길 바란다
IMG_1250.jpg
IMG_1249.jpg
IMG_1254.jpg
IMG_1258.jpg
image03.jpg



JUN YOUNG GEUN


​​

​​
고백_72.7×60_.6cm_oil_on_canvas_2025_.jpg



PARK JUNG YONG


​​

​​
마추픽추_가는_길_23.4x28_.3cm_acrylic_on_canvas_2025(900,0000_.jpg



PARK NOEL




갤러리세빈

작품 문의
010 8684 4946


로고_보라_글씨만.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