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el
임지연 초대전


2023.1.14.토요일 _ 2.10.금요일
관람시간: 11시 - 17시
갤러리 아트세빈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 229
Tel.070-8800-4946
주차는 북한산 국립공원 주차장 이용 바랍니다. (유료)



최초의 친숙함을 빚다
첫눈에 작가의 도자조각은 낯설기만 하다. 이 비정형의 용기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건져내야 할지 난감하다. 쇠멸인가 성장인가? 표현인가 비(非)표현인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한참을 들여다보니 이 낯섦 안에는 협곡의 주름이나 땅의 퇴적층 같기도 하고 무명인의 얼굴이나 구름 같기도 한 오묘한 친숙함이 숨겨져 있다. 알고는 있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자연이 그러하듯이, 임지연의 작품에는 ‘최초의 친숙함’, 그 미지(未知)의 느낌이 묵묵히 담겨있었다.
 
“나는 충동적이거나 솔직한 감정을 내 안에 가두어 마치 애초부터 그런 감정이 존재하지 않은 양 부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어떤 최초의 감정을 마주할 때면, 부정의 긴장은 완화되고 생(生)의 느낌은 순수해집니다. 그리고 이 순수감정은 나에게 알 수 없는 희열을 줍니다.”
(2022 작업 노트 中)
 
작가는 지식과 기능으로 이루어진 인위(人爲)의 삶을 떠나 세계의 원형적 감각을 회복하려 했다. 백토를 물레에 돌려 형(形)의 기초를 짓고, 그 위에 무위(無爲)의 뉘앙스를 기록하며 작품을 자연의 흐름에 온전히 맡겼다. 형태는 몽상가의 꿈처럼 일그러지고 분열하기도 하지만, 정신과 물질의 일체감은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임지연은 도예에 자유의 느낌을 선사하고, 영혼에 탈주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세련됨의 유혹보다는 내면의 요청에 귀 기울이며 ‘형태 이전의 형태’를 좇는다. 마치 앵포르멜(Informel) 회화처럼, 뜨거운 용암처럼, 작가의 순수한 감정은 형상과 건립된 모든 생각을 휩쓸고 지나간다. 흙의 삶도 비로소 예술이 되었다. 이제 낡은 책의 지식은 사라지고,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발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