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동 진
Seo Dong Jin
대한민국은 치열한 경쟁 사회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쟁이 주요 동력원이 되었다. "빨리빨리"라는 말처럼, 우리는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잘하기 위해 경쟁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경쟁에 익숙해지며, 더 좋은 삶을 위해 명문 대학 진학을 목표로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사교육을 받으며 등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경쟁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더욱 심화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은 성공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믿는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생활에서도 나타나며, 승진을 위해, 회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경쟁한다.
또한 삶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우리는 승리자와 패배자로 나뉘게 되고, 승리자로 남기 위해 방어기제를 발휘한다.
학생 때는 우수한 성적이, 성인이 되어서는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쥐는 것이 방어기제가 된다.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꿈을 잃어버린 듯하며,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경쟁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던 꿈은 점점 잊혀지고 사라졌다.
나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캐릭터는 보호구(goggles)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쓰고 있는 보호구, 야생의 세계에서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보호색이나 강한 이빨, 발톱처럼 사람들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를 보호구로 표현한다.
“어린 시절, 나는 왕따를 당했다. 그 시절의 나는 성적을 올리고 반장이 되어 왕따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성적은 나에게 훌륭한 보호구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쓰며 살아갔다.
‘나는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것 만이 내 길이다.'라는 고정된 생각도 또 하나의 보호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구는 때때로 내 안의 빛을 가리고 잊히게 만든 느낌이 든다.
보호구 안에 갇혀 있는 빛을 꺼내기 위해서는 보호구를 깨야 했다. 자신의 고정된 생각이나 신념을 깨는 순간을 나는 상처라고 부르고 싶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고 보호구 안에 갇혀 있는 빛을 세상 속에 꺼내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이제 나는 그 상처를 통해 더 빛나는 나를 발견하고, 세상에 나의 빛을
비추고자 한다. 보호구를 깨고 나오는 과정은 아프고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경쟁 사회 속에서 보호구는 각자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돈, 명예, 권력, 의지, 자신만의 법칙 등이 보호구가 될 것이다.
보호구를 쓴 캐릭터는 나의 모습이자 내가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다.
캐릭터의 모습은 보호구인 겉모습과 고글(goggles)을 통해 보이는 내면의 모습이다.
나는 상반되는 것들의 공존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며, 서로를 존재하게 해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을 수 있듯이, 외면과 내면이 공존해야 나라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글은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의 경계이며, 보이지 않는 곳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선이다.